변형이론의 발생과 네오리만 변형이론의 등장
변형이론의 기초가 된 이론은 음악이론이 아닌 언어학에서 비롯되었다.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는 ‘변형 생성 이론’이라는 새로운 이론으로 언어의 발생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는데, 그의 설명에 따르면 변형생성문법은 언어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는 규칙을 설명하고, 그 규칙이 어떻게 언어의 문장을 만들어 내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즉 적은 수의 규칙이 내재한 상태에서 무한한 언어를 생성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언어에는 여러 가지 규칙적인 방법으로 환원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통사 단위가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있다. 또한 변형 생성 문법에서는 언어들 가운데 차이점보다 유사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음악에서의 변형이론은 데이빗 르윈(David Lewin)이 1987년 ‘일반화된 음악적 간격과 변형’(Generalized Musical intervals and Transformations)이라는 저서를 출판 하면서 확립되었다. 변형이론에 대한 이 책은 음악을 분석하는 실질적인 내용보다는 변형이론을 확립하기 위해서 수학적 계산과 공식의 증명으로 음의 세계를 관념적으로 다루고 있다.
변형이론은 그전에 등장한 집합이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변형이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집합이론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집합이론은 무조음악에서 음고들 간의 구조를 살펴보는 이론으로 음악을 이루는 음고와 음정의 측면에서 이들 간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즉, 음악을 구성하는 음고와 음정의 그룹인 음고류 집합들 간의 음향적인 연관성을 살펴보는 분석이론이다. 집합이론은 음고를 중심으로 음악의 내용을 분석하지만 수직 혹은 수평으로 펼쳐진 음고들의 음향만을 정적으로 분석한다. 여기서 정적이란 말은 이들 음향들이 시간적인 흐름에 따라서 음악 속에서 다른 음향으로 흘러가는 음악의 동적 상태를 배제했다는 의미이다. 음악은 시간적 예술이며 우리는 음악 속에서 이러한 음향적 내용 그 자체보다는 이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진행하는 과정을 듣게 된다. 스트라우스(J.N.Straus)는 그의 저서 ‘조성 이후의 음악이론 소개’(Introduction Post-Tonal Theory)에서 집합이론의 수평적인 성부 진행에 관해서 언급하고 있으며, 많은 다른 이론가들도 집합이론의 성부 진행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 하지만 집합이론은 태생적으로 시간적 예술인 음악에서의 성부 진행이 가지는 중요성을 약하게 보고 있으며, 이 이론 자체가 쇤베르크와 베베른, 베르크의 무조음악을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양한 음악 작품을 다루기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변형이론은 이론가들이 음악을 구성하는 음향들이 시간적 흐름을 따라 ‘진행’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면서 등장한 것이다. 이론가들은 이러한 음악적인 ‘진행’ 혹은 ‘과정’을 음향의 성격이 ‘변형’(transformation)된 것으로 보았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변형이론은 집합이론의 정적인 속성에 대비되는 동적인 음악이론으로 간주된다.
서두에서 르윈이 변형이론을 확립하기위해서 ‘수학적인 계산과 공식의 증명으로 음의 세계를 관념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변형이론에서는 음악이 진행될 때, 음고류집합 혹은 음향적 개체가 어떠한 연산에 의해서 변형을 이루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 ‘어떠한 연산’은 전통적인 음악에서의 이도(transposition)나 전회(inversion)라고 말할 수도 있으며, 또한 이론가들이 변형의 방법을 독자적으로 정의한 다양한 수학적인 성격을 가진 연산으로 정의 할 수 있다.
변형이론에 나타나는 변형의 개념을 살펴보기 위해서 우리에게 익숙한 조성음악의 협화 3화음을 이용하여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C장3화음을 반음 3개의 음정으로 이도시키면(T3) Eb장3화음이 된다. 변형이론에서는 이러한 관계를 ‘C장3화음이 T3연산에 의해서 Eb장3화음으로 변형되었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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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장3화음 T3 Eb장3화음
르윈은 앞서 언급한 ‘일반화된 음악적 간격과 변형’(Generalized Musical intervals and Transformations, 이하 GMIT)이라는 저서를 통해 음악 안에서 일어나는 변형을 수학적인 증명을 통해서 일반화시켰다.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서 일반화 시켰다는 것은 위에서 예를 든 C장3화음에서 Eb장3화음으로의 변형이 T3연산에 의해서 일어난 것과 같은 전통음악에서의 변형의 원리를 공식화시켜서 이도나 전회이외에 전통적인 음악에서 나타나지 않는 연산에도 적용시킬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집합이론에서는 음고와 음정만을 다루는데 비해서 변형이론에서는 변형 전과 변형 후를 비교하는 대상으로 음고와 음정 이외에도 화음, 음고류 집합, 음렬, 박, 음가, 음색 등의 모든 음악적 대상을 포함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저서 GMIT에서 음악적 대상간의 진행치를 간격(interval)이라고 말하는데, 음악적 대상간의 간격은 ‘움직임’을 가지며, 다양한 수학적 연산을 통해서 다양한 변형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들 음악적 대상들과 대상들 간의 간격에 따른 변형 관계는 하나의 조직 체계 내에서 이루어지는데, 이것을 수학적인 개념으로 설명하면 ‘U’라고 하는 전체 집합에서 부분 집합을 구성하는 A와 B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즉, 하나의 조직 체계라는 것은 두 대상들을 포함하고 있는 공간인 전체 집합(U)을 이야기 한다. 그러니까 음악적인 모든 대상들에 이러한 연산을 적용시킬 수 는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연산의 대상들이 수학에서 말하는 집합(group)을 이루어야 한다. 이는 연산의 대상이 서로 다른 카테고리에 속할 때는 연산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말한다. 르윈은 이러한 일반화된 간격체계(GIS)를 이루기 위한 세 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S : 음악적 공간(Space)
IVLS : s의 각 원소들 간의 간격들에 대한 그룹
int : s*s가 IVLS로 맵핑되는 함수관계
음악적 공간(S)은 변형의 대상에 대한 음악적 범위를 나타낸 공간의 개념이다. 따라서 변형의 대상이 되는 두 개의 대상 s와 t는 음악적 공간 S를 구성하고 있는 임의의 두 원소가 된다. 앞서 예를 든 C장3화음과 Eb장3화음이 각각 두 개의 대상 s와 t가 되고, 이 두 대상을 포함하는 모든 24개의 협화 3화음은 공간S가 된다. 이러한 S는 24개의 협화 3화음 뿐만 아니라, 변형의 대상에 따라 음고, 박, 음가, 화음 등의 모든 음악적 요소들을 음악적 공간으로 삼을 수 있다. 즉, 변형이론에서는 음고만의 변형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이루는 다른 모든 요소의 변형에까지 이론을 적용하여 변형의 내용과 변화된 수치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IVLS는 음악적 공간 S의 원소들 각 쌍들에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연산들을 그룹화 시킨 개념이다. 그리고 이러한 IVLS가 수학에서의 그룹이론 개념에 적용되어야만 하는데 IVLS가 그룹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 닫혀있음 : 그룹 중 임의의 원소들을 결합하여 연산시켜도 그룹의 원소 중 하나가 나타날 때, 이 그룹은 ‘닫혀있다’라고 말한다.
2. 항등원 존재 : 그룹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항등원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데, 항등원이란 어떠한 원소에 연산시켜도 그 변수가 변하지 않는 원소를 말한다.
3. 역원 : 그룹이 되기 위해서는 임의의 각 원소에 대한 역원이 존재해야 하는데, 역원이란 임의의 원소와 연산 했을 때 항등원이 나타나는 원소를 말한다.
4. 결합법칙 : 그룹에서 임의의 원소 a,b,c,가 있을때, (a*b)의 연산 값에 c를 결합한 연산은 a에 (b*c)를 연산한 값과 같다는 것을 말한다.
int는 S의 원소들 간의 변형을 일으키는 연산이 IVLS 그룹의 한 원소(연산)로 대응되는 관계를 말한다. 이러한 관계를 르윈은 interval의 앞 음절인 int로 표시하고, 이러한 관계를 int(s,t)∈IVLS라고 함수 관계로 표현한다.
음악의 표면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이러한 수학적이고 관념적인 방식인 ‘일반화된 간격체계’(GIS)와 ‘그룹이론’이 음악에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까? 이들은 직접적인 음악 분석의 도구에는 사용되지 않지만, 음악의 소재가 되는 음, 음형, 화음, 집합, 동기, 박, 음가등 음악적 대상으로 하여 이들 간의 변형적 구조와 관계를 그룹이론을 통하여 설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이론가들에 의해서 논의되고 있다.
르윈은 변형이론의 분석적 대상을 주로 무조음악과 음렬음악에 두고 있지만, 이외에도 음악적 대상을 협화 3화음에 적용시킴으로써, 그 분석의 범위를 조성음악에까지 확대하고 있다. 변형이론이 등장한 이후에 이론학계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는 변형이론의 논제들은 ‘네오 리만 이론’이다.
네오 리만 이론은 르윈이 GMIT에서 제시한 협화3화음들에 대한 화성 변형을 19세기 독일의 화성 개념과 연관시키면서 확대한 이론이다. 이를 위해서 이론가들은 리만의 화성 이론중에서 공통음과 톤네츠를 사용하여 협화3화음간의 화성 변형과 성부진행을 응용하고 있다.
협화3화음에 대한 르윈의 화성 변형인 패러럴(P), 렐러티브(R), 라이트톤벡슬(L)들은 두 개의 공통음을 유지하고 나머지 한 음이 반음 혹은 온음으로 진행하면서 모드가 바뀌는 변형이다. 네오 리만 이론가들은 이러한 공통음 관계를 이용한 화성 변형 P,L,R을 19세기 이론서에 제시된 톤네츠를 재구성하여 설명한다. 아래 그림의 C장3화음은 두 개의 공통음을 가지면서 화살표 방향으로 각각 R, L, P 관계의 화음으로 변형된다.
<네오리만 이론에 의한 톤네츠>
이러한 네오리만 이론의 확립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리차드 콘(Richard Cohn)이라는 사람이다. 콘은 르윈의 변형을 이용해서 24개의 협화3화음들 간의 연관성을 성부 진행의 관점에서 연구했다. 이러한 연구과정에서 6개의 협화3화음들이 최소한의 성부 진행을 통하여 사이클을 이루고 있음을 발견한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인접한 화음들 간에 두 개의 성부는 공통음으로 유지되고, 나머지 한 개의 성부는 반음으로 진행되는 최소한의 성부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C장3화음으로 시작한 변형은 다시 C장3화음으로 돌아오는 싸이클을 이루고 있다. 콘의 연구에 의하면 24개의 협화3화음은 4개의 싸이클로 구성되어 있다.
<최소한의 성부 진행에 의한 싸이클>
이러한 이론적 배경을 토대로 네오 리만 이론은 변형이론내에서 하나의 독립된 이론으로 확립된다. 이로서 변형이론은 쉔커이론, 집합이론과 함께 음악 이론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론으로 성장하게 된다.
변형이론은 기존의 전통적인 음악 분석 방법으로 분석할 수 없는 조성 음악이나 무조 음악의 패시지를 분석할 수 수단으로 사용되도록 발전되었다. 이는 분명 음악을 이해하는 새롭고 훌륭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촘스키가 언어학에서 변형생성 이론으로 과거의 구조 문법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에 비해서 음악에서의 변형이론은 음악적 현상을 객관적인 방법으로 분석하는 수단에 불과한 네오리만 이론만을 제시 했을 뿐 음악에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데 있어서는 아직도 부족하다. 언어학에서 이루어놓은 문법구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혁신적인 측면을 음악에서는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의 이유는 촘스키의 변형생성이론이 모든 언어에 적용되는 이론임에 반해서, 음악에서의 변형이론은 일부의 음악에만 국한해서 설명이 가능한 부분적인 이론이기 때문이다. 물론 변형이론은 현재진행형의 이론이기 때문에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발전의 가능성이 무척 풍부한 이론이다. 촘스키의 변형생성 이론에 버금가는 음악의 완전한 변형이론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by Jeongdae Lee
<참고문헌>
<단행본>
김연 책임편집, '음악 이론과 분석', <심설당>
노암 촘스키, ‘언어와 사회’, <한신문화사>
<논문>
안소영, ‘네오리이만 변형이론의 역사적 배경 및 기본개념’, 서양음악학 제 7호
Cohn, Richard, "Instroduction to Neo-Riemannian Theory : A Survey and Historical Perspective.", Jounal of music Theory 42/2(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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